[슈준]뽀뽀해줘

조각 2017. 2. 13. 00:13




[슈준]뽀뽀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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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해줘!"


민석은 요 근래 들어 제게 뽀뽀를 요구하는 준면을 보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안아줘, 손 잡아줘로 시작한 준면의 스킨십 요구사항은 날로날로 늘어 이제는 뽀뽀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손 잡는 것도 가만히 잡고 있는게 아니라 조물딱 조물딱 어찌 그렇게도 만져대는지. 민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안 돼."


"왜 안 돼! 손도 안 잡아주고 안아주지도 않고 안지도 못하게 하구 뽀뽀도 안 된다 그러고!"


"안되니까 안 돼."


꽤 단호한 거절에 준면이 시무룩해져서 자리로 돌아갔다. 스킨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민석을 알고는 있었지만, 손 잡는것도 요새는 안 돼, 안는건 원래도 안 됐고 더더욱 안 돼, 거기다 야심차게 준비한 '뽀뽀해줘' 까지 거절당해버렸다. 뽀뽀받고싶어. 애기도 아니고 땡깡부리는것도 아니고 그냥 뽀뽀받고싶단 말이야. 준면의 입이 댓발 나온 걸 보던 민석이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제가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 건 맞다. 누가 먼저 와서 안는다거나 팔짱을 낀다거나 하는, 스킨십을 '당하는' 쪽은 정말 좋아하지 않았으며, 제 마음 내킬 때 먼저 다가가 어깨동무를 한다거나 뒤에서 끌어안는다거나 하는, 제가 하는 스킨십은 그나마 하는 편이었다. 처음 준면이 제게 손을 잡자는 스킨십을 요구했을때, 아무생각없이 그래, 라고 했던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냥 가만히 잡고있는게 아니라 어찌나 손 하나가지고 잘 놀던지. 물 만난 고기마냥 제 손을 붙들고 이리저리 가지고 놀던 준면을 가만히 바라보던 민석은 갑자기 피어오르는 더운 감각에 손을 슬그머니 뺐더랬다. 그리고 그때부터였지. 준면과의 스킨십에 더 벽을 두기시작한 때는.


"민석아!"


"왜."


"안아줘!"


"안 돼."


민석의 쌉싸름한 향을 좋아하는 준면은 민석에게 툭하면 안아달라고 졸랐다. 민석이 그를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그리고 민석은 웃기게도 그렇게 끈질기게 제게 스킨십을 요구하는 준면에게 화를 낸 적이 없었고, 준면도 민석이 거절하면 힝힝거리며 포기하곤 자리에 앉아 담요에 푹 파묻혀선 고롱거리며 잠을 잤다.


그러니까, 민석이 제 마음에 확신을 가지게 된 건 시간이 조금 지난 후였다. 준면이 스킨십을 좋아하고 또 애교도 많아 여러 사람에게 치대는 건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손을 가지고 장난치는 거나 안아달라 요구하는 건 평소에도 준면이 제 반 친구들에게 자주 요구하는 것이었고, 뽀뽀해줘-는 민석만의 전유물이었으며, 쓰다듬어줘-는 요즘 준면이 많이 요구하고 다니는 통에 이젠 준면이 머리만 들이밀면 모두들 준면의 머리칼을 슥슥 쓰다듬어주기까지 이르렀다.

그러다가 민석이 교무실에 볼일이 있어 내려갔다가 반에 오는 길에 익숙한 뒷통수가 큰 키를 가진 남자애와 복도 끝으로 가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순간 스치는 이상한 생각에 그 둘을 졸졸 따라갔는데, 뒤이어 준면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닌데에, 나 아무한테나 그러는 거 아니야-"


"온갖 애들한테 꼬리치고 다니는거면 맞잖아."


"아, 아니야...아닌데.."


"그러니까 키스 한 번만 해."


"싫어..싫어!"


준면이 빽 소리를 치며 울먹거렸다. 부들거리며 상황을 보던 민석이 이름도 모를 남자애가 준면의 허리를 움켜잡는 걸 보고 앞 뒤 잴것없이 달려들었다. 퍽, 소리를 내며 아이가 널부러지고, 준면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민석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밍서가.."


"너는, 후, 쓰...미쳤다고 이런 앨 따라가?"


화가 치미는 와중에도 민석은 준면이 욕을 쓰는 걸 싫어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서 인내의 인내를 거듭하며 욕을 목구멍 너머로 삼켜냈다. 민석이 제 앞에서 화를 내는 건 처음이라 준면이 더욱 울먹였다. 무서운데, 민석이가 화를 내..


"마음에 안 들었어. 니가 쉽게 여기저기 애교부리고 다니는 것도, 친한 애들 보면 붙어서 안아달라고 하는 것도."


"...왜애..?"


민석이 그 질문에 잠시동안 멍했다. 왜지? 왜 나는 니가 다른 애들이랑 붙어있는게 싫었을까. 왜 내게 스킨십을 요구하면 괜히 뺐을까. 그러고 보면 답은 하나였다. 김준면이 좋아서. 김민석은 김준면을 좋아하니까. 빠른 시간에 감정정리를 마친 민석이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감정을 두고두고 가슴에 담아두는 편도 아니었고, 좋아하는 걸 깨달은 이상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다. 조금 전 민석에게 한 대를 맞은 그 멍청한 놈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스킨십 하는거 보기 싫으니까."


"어?"


"너 좋아하나봐. 좋아해."


"아니, 그..민석아?"


"이제 너도 내가 좋아하는거 아니까 너 다른 애들이랑 붙어있고 같이 노는거 질투 할거야."


"....아..."


"하나하나 전부 잔소리 하고 귀찮게 할 거니까."


"...."


"그리고 이제 스킨십 다 할거야. 그러니까 하고 싶으면 나한테 해달라고 해. 엄한데다가 치대지 말고."


"..응."


"할말."


"응?"


"할말 없어?"


"나도 너 좋아!"


"뭐?"


"그러니까 너도 나한테만 뽀뽀해주고 안아주고 해야해."


준면이 민석을 끌어안고서 볼을 부비적거렸다. 민석이 멍한 표정으로 준면을 바라봤다. 방금 준면의 입에서 나온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준면이 민석을 안은 채로 귀에 속삭였다.


"야한 스킨십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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